클릭만 하면 행복이 배가되는 마법, 착한 좋아요 공약. 글:개그맨 김대범

영화 ‘부산행’이 흥행할 당시 좀비로 분장을 하고 부산 해운대 모래사장에서 쓰레기를 주웠다. 불금 저녁에는 음주운전 근절 캠페인 팻말을 든 채 음주운전 하면 만날 위험이 큰 저승사자 복장을 하고 밤거리를 거닐었다. 굳세게 나라를 지키는 국군 장병에게는 치킨 200마리를 선물했고, 38번째 생일에는 생일빵 대신 진짜 빵을 들고 이웃을 찾아가 나눠드렸다. 대중과 언론이 ‘티나는 선행’이라고 별명을 붙여준 이 선행의 명칭은 ‘착한 좋아요 공약’이다.

착한 좋아요 공약, 1개의 ‘좋아요’에서 시작하다

2016년 5월, 페이스북에 첫 번째 ‘착한 좋아요’ 공약을 게시했다. 좋아요 1개를 받으면 ‘쓰레기를 무단 투기하지 않겠다’는 약속, 1만개를 받으면 ‘한강 쓰레기를 깨끗하게 청소하겠다’는 실천 약속을 내건 이 공약은 4만 개의 공감을 얻었고, 4만여 사람들의 관심과 격려 속에 나와 동료 개그맨 최수락 군은 쓰레기봉투를 들고 한강으로 향했다.
사실 ‘착한 좋아요 공약’은 자극적인 콘텐츠에 열광하는 SNS 분위기를 바꿔보려는 취지로 시작되었다. 굳이 가학적인 콘텐츠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대중의 관심과 공감을 끌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다. 첫 번째 공약은 대성공이었다. 이후 나는 교통안전 도우미, 웃음 버스킹, 아웃과 함께 밥 먹기 등 다양한 공약을 실천해가며 건전하고 착한 SNS 문화 만들기 활동을 이어갔다. 어느덧 ‘착한 좋아요 공약’의 추천 수는 몇 십만 개로 누적되어 있었고, 그 무렵 나는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다. ‘착한 좋아요 공약’의 관객이었던 네티즌들이 언제부턴가 이 프로젝트의 주역이 된 것이다.

*‘좋아요’란? 버튼을 클릭함으로써 특정 콘텐츠에 대해 공감, 지지 등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페이스북 기능

네티즌, '착한 좋아요 공약'에 참여하다

내가 공약을 걸면 네티즌은 ‘좋아요’를 누른다. 목표만큼의 공감을 얻으면 나는 이를 실천한다. 어찌 보면 ‘좋아요’ 버튼은 실천 명령을 내리는 스위치 같다. 그러나 공약의 결과가 하나 둘씩 쌓이면서 이 명령 스위치는 점점 착한 일에 동참한다는 의사 표현으로 변해갔다.
세상에는 다양한 유형의 선행들이 존재한다. 재산 기부, 후원 등의 물질적 도움을 주는 선행도 있고, 무료 강연이나 치료 등의 재능기부도 있다.(나 같은 생활밀착형(?) 선행도 있다.) 그러나 의외로 적잖은 사람들이 경제적 여유나 시간이 부족해서 선행에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그 동안 ‘착한 좋아요 공약’에 공감한 네티즌은 ‘좋아요’ 버튼을 클릭함으로써 환경 보호, 소외계층 돌보기 등의 착한 일에 참여했다. 최근에는 나의 공약 이행 콘텐츠를 모니터하며 구체적인 피드백을 주거나 자신이 실천한 착한 일을 공유해주기도 한다. 그저 마우스 클릭 한 번뿐이지만 이는 내가 공약을 지속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힘이 되었고, 네티즌들은 나와 함께 행복한 사회 만들기에 미약하게나마 힘을 보태는 훌륭한 참여자가 되었다.

착한 좋아요 공약의 3가지 공식

생각해보면 ‘착한 좋아요 공약’에는 3가지 공식이 있다. 웃음, 실천 가능성, 친숙함이다.

웃음 : 웃음은 사람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가장 매혹적인 요소이자 건강한 즐거움을 선사하는 비타민이다. 특히 대중의 몰입도가 높은 오락 장르와 공익성이 조화를 이룬 콘텐츠는 사회에 놀라운 긍정적 변화를 일으킨다.

실천 가능성 : 아무리 좋은 공약이라도 실천 가능성이 없다면 이는 무용지물이 된다. 우리 사회에는 물질적 도움이 필요한 이웃도 많지만 졸업식 때 함께 기념사진을 찍어주거나 생일날 누군가 끓여준 미역국 한 그릇 등 우리가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든 실천할 수 있는 감정적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도 많다. 지난 5월, 홀로 어렵게 생활하는 여대생의 자취방을 찾아가 냉장고를 음식으로 채워주고 집도 청소해줬던 ‘착한 일 공약’ 역시 당장 내 주변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웃에 시선을 맞춰 탄생한 아이디어다.

친숙함 : 선행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소통이 중요하다. 다소 우스꽝스러운 분장이라도 친숙함을 주는 모습이나 함께 한 끼의 식사 시간을 가지며 형성되는 유대감과 친근함은 자연스러운 소통을 낳고 이로써 한 번의 선행이 백 번으로 늘어나는 지속 가능한 선행이 만들어진다.

이 같은 세 가지 공식을 철저히 지키기 위해 나는 동료 개그맨이자 ‘착한 좋아요 공약’의 히든 카드인 정영진 군과 매주 피 말리는 아이디어 싸움을 펼친다. 초기에는 보여주기 식이라고 비난하던 눈초리도 점점 응원으로 바뀌었고, 지금 나의 페이스북에는 2016년부터 기록해온 선행 콘텐츠들이 착한 일 중독자를 만들기 위해 매일 재생되고 있다.

착한 일이란? 일상 속에서 주변에 조금 더 관심을 갖고 실천하는 것

‘착한 좋아요 공약’을 실천하며 많은 선물을 받았다. 대중의 응원과 관심, 착한 개그맨을 비롯한 다양한 타이틀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좋은 사람들, 친구들을 얻었다. 국군장병에게 200마리의 치킨 배달을 약속했을 때 한 치킨매장의 사장님은 치킨 일부를 후원해주었고, 후원금과 재능기부 등 다양한 형태로 ‘착한 좋아요 공약’에 동참해준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누군가 나에게 착한 일에 대한 정의를 묻는다면 나는 ‘주변에 관심을 갖고 일상 속에서 작은 일이라도 실천하는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일상 속 관심은 또 다른 관심을 낳고 결국 이는 지속적인 관심과 선행을 약속하는 거대한 연결고리를 만들어낸다. 그러니 여러분도 주저 말고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내어 실천해보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 지금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주변에 관심을 조금 더 갖는 것과 주변 좋은 일들이 일어날 수 있도록 ‘좋아요’ 버튼을 누르는 것이다.’

개그맨 김대범


약력

2006. KBS 연예대상 코미디부문 남자우수상
2004. KBS 19기 공채 개그맨

주요출연

개그콘서트 "마빡이"
코미디빅리그 "창업의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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