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 사회적 가치를 말하는 이유

문득 2007년 SK 와이번스 시절, 야구 팬들에게 강렬한 임팩트를 남긴 ‘팬티 퍼포먼스’가 떠오른다. ‘홈경기에 만원 관중이 들어서면 속옷 차림으로 그라운드를 한 바퀴 돌겠다’고 공약을 내걸었던 게 TV 전파도 타고 신문에도 나오는 등 스케일이 커졌다. 야속하게도(?) 2년 동안 빈자리가 많았던 홈경기는 만석을 이뤘고, 약속대로 나는 원숭이 팬티 바람으로 그라운드를 돌았다. 창피할 거 같았는데 3만 3천여 명 관중들에게 기립박수를 받으니 가슴이 뭉클해졌다. 팬들과 선수가 함께 소통하는 장면이 아니었나 싶다. 돌이켜보면 그간 나의 야구 인생에는 팬, 대중과 함께한 순간들이 많았다.
1984년 프로야구 최초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순간부터 ‘헐크’, ‘괴력의 장타맨’ 등 다양한 수식어로 불리던 현역 시절에도 뜨거운 성원이 존재했다. 이렇게 야구로 받은 사랑을 돌려드리기 위해 내가 선택한 방법은 ‘야구’였다.

재능 기부는 현역 시절부터 생각해 왔던 일이다. 팬들에게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았기에 훌륭한 선수들이 많이 배출되길 바라며 가진 재능을 환원하겠다고 결심했었다. 2016년 야구나눔재단 ’헐크파운데이션’을 설립해 야구로 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매년 전국 초중고, 사회인 야구팀을 찾아가 훈련을 지도하거나 유소년 야구클럽 등에 피칭 머신을 기부한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가장 먼저 시작한 라오스 최초 야구단 ‘라오J브라더스’는 특히 남다르다.

라오J브라더스는 꿈을 잃은 청소년들에게 야구를 통해 삶의 희망을 찾게 해주려고 만들었다. 선수 대부분은 가난 때문에 학업을 포기하고, 가정의 울타리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청소년들이다. 감독 재직 시절 라오스 현지에서 사업을 하는 지인을 통해 야구 용품 지원을 시작하며 라오스와 인연을 맺었다. 처음엔 야구 인프라는 물론 스포츠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마저 전무해 막막했다. 하지만 시작이 반이라고 실내 연습장, 기숙사 등이 설치된 야구센터를 지어 고아, 이혼 가정, 극빈층 학생들에게 야구를 가르쳤고 의식주와 교육비도 지원했다. 오랜 노력을 기울인 결과 작은 결실도 맺고 있다. 아이들은 야구의 규칙을 차근차근 배워 나가며 눈에 띄게 성장했고, 야구를 전혀 몰랐던 라오스 국민들도 야구에 대한 관심이 제법 높아졌다. 현재 라오스 국가대표 팀은 2018 인도네시아 아시안게임 출전을 준비하며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다.

재능 기부는 기쁨의 활동이다. 내 강연을 들었거나 지도를 받았던 학생들로부터 받은 편지를 읽을 때 정말 행복하다. 특히 그들이 나를 본받아 나중에 사회를 위해 봉사하겠다는 말을 들었을 때 가장 뿌듯했다. 지금은 사랑받았던 만큼 야구인들을 위해 더 봉사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나이가 들었지만 가르치고, 나눌 수 있다는 것이 행복이다. 난 70살이 되더라도 보답할 수 있는 길을 찾을 것이다. 내 마지막 꿈은 라오스 야구장에서 태국, 캄보디아, 미얀마, 베트남과 함께 국제 대회를 여는 것이다. 나이가 들었지만 가르치고, 나눌 수 있다는 것이 행복이다. 70살이 되더라도 보답할 수 있는 길을 찾을 것이다. 내 것을 덜어내 남을 채워주는 기쁨을 아는 사람은 안다. 나눈다는 것은 비움이 아니라 또 다른 채움이다. 선수시절, 감독시절, 지금까지 다 통틀어 요즘이 가장 행복하다. 작은 시작이 큰 변화를 일으키리라 믿는다. 더 많은 사람들이 그 변화의 씨앗이 되는 기쁨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

약력

  • 現 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
  • 現 라오J브라더스 구단주
  • 現 라오스 야구협회 부회장
  • 現 KBO 육성위원회 부위원장
  • 前 SK 와이번스 감독(2011~2014)

수상

  • 2018. 라오스 대통령 훈장
  • 2017. 대한민국 법무부 감사패
  • 2016. 라오스 총리 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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