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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기업 표기 안내
현행 '사회적기업 육성법'에서는 고용노동부로부터 인증을 받지 않은 자는 '사회적기업'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법 19조, 유사 명칭 사용 금지) 그러나 행복나눔재단 웹진 및 뉴스레터에서는 용어의 통일을 위해 인증 '사회적기업'과 일반 '사회적 기업' 모두 구분 없이 '사회적 기업'으로 표기했다.
필드트립의 첫 번째 목적지는 ‘방앗간’입니다. 청원생명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의 미곡종합처리장이었는데요. 시골 정미소를 상상하고 갔던 저는 눈앞에 우뚝 선 거대한 미곡처리장을 참새처럼 작아진 채 넋을 잃고 바라보았습니다. 쉴 새 없이 쌀 포대를 가득 싣고 나가는 차들을 보니 문득 궁금증이 생깁니다. 벼 수확은 가을에 끝났을 텐데 어떻게 쌀이 지금도 생산되는 것일까요? 우리들의 궁금증을 속 시원하게 풀어준 건 손한수 상무님의 강의였습니다.
중요한 식재료이자 살아 숨 쉬는 생물, 쌀
손 상무님은 먼저 쌀의 근본이 되는 종자와 재배방식, 유통과정은 물론 쌀 영양학 강의까지 다양한 정보를 알려주셨습니다. 우리가 먹는 쌀이, 동남아시아의 인디카 품종과 다른 자포니카 품종이라는 것도, 알이 작고 단단하며 저장성이 좋은 일본산 추청벼 종자를 쓴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또 한 가지 의미 있게 다가온 건, 벼가 살아 숨 쉬는 생물이라는 점입니다. 물에 넣어주면 바로 싹을 틔우고 호흡을 한다는 것이죠. 호흡을 하면 열이 생기고 부패하기 때문에 이곳에서는 저온냉장시스템 하에 벼를 보관하고 있다고 합니다. 손 상무님은 저장된 벼를 탈구하고 선별한 뒤 이물질을 걸러내, 계량, 포장하기까지 과정을 상세히 설명해주셨습니다. 이 대부분이 전자동 무인시스템으로 이뤄진다는 것에 매우 신기했답니다.
집중해서 강의를 듣고 있는 학생들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더니 강의가 끝나자마자 폭풍질문을 쏟아냅니다. 맛있는 밥을 짓는 방법을 묻는 말에 손 상무님은 “쌀은 단일 품종으로, 높은 등급을 고르되 계절과 품종에 따라 불리는 시간과 물 붓는 양 등을 잘 조절했을 때 최상의 밥맛이 난다”고 말했습니다. 한식의 기본은 밥, 학생들은 새로 알게 된 방법을 메모하고 굵게 밑줄을 긋습니다.
풀도 먹고 토양도 비옥하게 하는 왕우렁이
논두렁을 따라 조금 걷자 비닐하우스에 도착했는데, 그 안에는 우렁이 새끼들이 보글보글 모여 있었습니다. 우리 몸과 토양에 축적되는 제초제 대신 우렁이농법으로 재배하면 우렁이가 풀씨의 생장점을 먹어버리기 때문에 제초 작업을 하지 않아도 되고, 날씨가 추워지면 우렁이는 죽어서 토양을 위한 유기질 비료가 된다고 합니다. 견학을 모두 마친 후 손한수 상무님은 “누군가 배고플 때 맛있는 음식을 주는 요리사는 좋은 직업”이라며 쌀의 핵심 영양소인 쌀눈이 살아있는 배아미 1통씩을 우리에게 각각 선물로 주셨습니다.
두 번째 장소로 이동하자 킁킁~ 어디선가 밥 짓는 향기가 솔솔 전해옵니다. 그 향기를 따라가다 마주한 것은 600년 청원 문화 류씨 종가의 전통방식 그대로 ‘자연주의 발효예술’을 지향하며 장류를 만드는 ‘두향’이 우리 뉴스쿨 학생들을 위해 마련한 ‘맛점’입니다. 두향은 직접 담근 장류와 조청, 매실액, 식초, 들기름으로 요리한 열 가지 넘는 반찬들로 우리를 맞아주었습니다. 앞마당에서 뜯은 쑥으로 끓인 된장국, 간장과 식초만으로 맛을 낸 상큼한 샐러드, 봄동 간장겉절이, 나물 된장무침, 간장 메주콩조림에 담백한 수육까지 건강한 감칠맛에 매료된 우리들은 수북이 쌓인 밥과 반찬을 짧은 시간에 ‘순삭’하고 말았습니다.
자극적이지 않은 건강한 감칠맛에 매료되다
식사를 마친 후 ‘두향’을 운영하는 김종희 종부님으로부터 장에 대해 배웠는데요. 종부님은 “장맛은 지역마다 특유의 맛과 향이 담겨있다”며 다양한 장 종류를 알려주셨고, 장을 담글 때 가장 중요한 건 좋은 콩과 좋은 소금, 그리고 좋은 물이라며 재료의 중요성을 강조하셨어요. 특히 달고 맛있는 콩을 골라 참나무 장작불과 가마솥에서 5~6시간 끓여 메주를 쓴다고 설명했습니다. 메주는 메주방에서 온도 24~28도를 유지하면서 수분을 30%까지 낮춘 뒤 밖에 꺼내 말리는데 햇볕은 가장 좋은 소독제라고 합니다.
건강한 몸과 마음을 만드는 한국음식의 가치를 널리 알리길
이어 장 담그는 과정을 직접 시연해 보여주셨는데요. 여기서 우리들은 소금의 중요성을 알게 됐답니다. 장을 담그기 위해서 3년간 간수를 뺀 국산 천일염을 가져오셨는데 만져보니 아주 가슬가슬한 감촉이 났습니다. 잡맛을 없애기 위해 해마다 소금을 받아놓고 3년 후에 쓰는 것이지요. 또 하나 주의할 점은 염도인데요. “발효와 부패의 차이는 아주 작다”며 염도계가 없을 때 계란으로 염도를 맞추는 방법도 알려주셨습니다. 소금의 양을 맞춰나가다가 계란이 쑥~ 떠오르자 우리들은 탄성을 질렀답니다.
소금물을 고운체에 밭쳐서 살살 붓는 과정에서는 황토 항아리가 지닌 신비한 힘을 목격했습니다. 소금 녹인 물을 항아리에 담아두면 다른 그릇보다 불순물이 훨씬 빨리 가라앉는다는 것을요. 또한 장을 담아놨을 때도 항아리가 숨을 쉬기 때문에 발효 열기를 잘 배출한다고 해요. 이렇게 항아리에 메주와 소금물을 넣은 뒤 붉은 고추와 붉은 대추, 숯까지 넣으면 장 담그기가 완료됩니다. 장 가르기는 40~60일 후에 하는데, 뚜껑을 열어 건진 메주는 잘 치대서 된장을 만들고 남은 물은 간장으로 먹는다고 합니다.
우리들은 장맛이 궁금해졌습니다. 종부님은 항아리들을 열어 담근 지 1년 된 애기장부터 5년, 10년 된 간장 맛을 보여주셨습니다. 햇수에 따라 맛이 완전히 달랐는데, 오래된 간장일수록 정말 깊은 감칠맛이 났답니다. 첨가물 없이도 음식 맛과 풍미를 올려주는 비결이 바로 이 간장인 것이지요. 장은 이렇게 좋은 재료에 정성, 세월이 더해져서 맛을 낸다는 것을 뉴스쿨 학생들은 직접 보고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김 종부님은 “요리는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남을 위해서 일하는 직업이라 힘이 들 수 있지만 한국 음식이 몸뿐 아니라 마음에도 좋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게 여러분이 열심히 해 달라”고 당부하셨습니다.
꼭꼬댁~ 꼬끼오~ 멀리서 소리만 듣고도 양계장인 것을 알아챌 정도로 기운 넘치는 닭들이 있는 곳. 마지막 목적지는 흘미농장입니다. 우리는 작은 정원에 옹기종기 모여 과수원을 개간해 양계장을 세우면서 친환경 방식으로 계란을 생산하고 계신 김명호 대표님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먹거리를 다루는 사람으로서 지키는 철학
이곳 병아리들은 넓은 공간을 활보하며 청초라는 풀을 먹고 자라기 때문에 몸집은 빨리 커지지 않는 대신 기다란 소화기관을 가지고 있어서 더욱 건강하다고 하는데요. 다만, 공장형 케이지 닭과 달리 실온에서 키워지는 흘미농장의 닭은 겨울에 알을 적게 낳으면서 먹이까지 더 많이 먹기 때문에 비용은 많이 든다고 합니다. 그렇게 김 대표님 말씀을 들으며 우리들은 먹거리를 다루는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곧은 철학을 마음 깊이 새겨봅니다.
막 낳은 유정란의 ‘이토록’ 고소하고 담백한 맛
이제 축사를 돌아보는 시간이 됐습니다. 먼저 큰 닭이 있는 곳으로 갔는데요. 콕콕 쫄 것 같은 날카로운 부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학생들은 방역 비닐 장화를 신은 채 거침없이 들어가 계란도 줍고 닭도 쓰다듬어 봅니다. 용기의 대가는 바로 계란! 방금 막 낳은 계란 맛을 볼 수 있었는데요. 비린 맛이 없고 노른자가 톡 터질 때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입 안 가득 느껴집니다.
충북 필드트립을 통해 우리들은 소중한 경험을 했습니다. 마트에서 흔히 보는 매끈한 농산물, 공산품만 보다가 직접 현장을 찾아 흙을 밟고 서서 땀방울 가득한 현장을 체험하다 보니 먹거리에 대한 신념과 철학, 그리고 인내심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는데요. 특히 화학비료나 제초제, 항생제 등을 쓰면 훨씬 많은 양의 농축산물을 거둬들일 수 있는데도 불편과 손해를 감수해가면서까지 친환경적인 식재료를 만들고 공급하는 장인들을 보면서 당장의 이익을 넘어서는 소중한 가치들을 배운 것 같습니다. 그 아름다운 마음, 정성스런 손길이 담겨있는 제품을 먹는 것 또한 매우 행복한 일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필드트립을 통해 오래 남을 추억과 더 큰 생각을 갖게 된 우리들은 그렇게 한 뼘 더 성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