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Feburary Vol. 08
Essay 사회적 가치를 지닌 제품의
‘완판’을 향해 ‘on air’
쇼호스트 유난희 편
우리나라 1세대 쇼호스트이면서 브랜드디렉터, 라이프 스타일러로도 활동하고 있는 유난희입니다. 쇼호스트는 사람들에게 ‘쇼핑의 즐거움’을 안겨주는 직업입니다. 합리적인 가격에 품질 좋은 제품을 추천해 최상의 만족감을 느낄 수 있도록 돕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가치’있는 제품을 찾아내는 디렉팅은 매우 중요합니다. 최근에는 그 ‘가치’에 ‘착한 가치’ 하나를 더했습니다. 사회적 기업의 제품들을 홍보하는 ‘유난희의 굿즈’를 지난 1년간 진행하면서 착한 가치를 지닌 제품들을 만나 소비자들에게 소개하는 게 즐거운 요즘입니다.

‘사회적 가치를 팔아보자,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자’

‘유난희의 굿즈’는 사회적 기업 또는 중소기업 제품의 가치를 알리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는 홈쇼핑 방송이 생겨난 이유이기도 하지요.
사실 홈쇼핑은 중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만들어진 판로입니다.
그러나 지난 25년간 홈쇼핑 시장은 크게 성장한 데 반해, 성공한 중소기업 브랜드는 열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적습니다. 중소기업이 커 나갈 수 있는 무대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마침 제안을 받았습니다.
‘제품이 지닌 사회적 가치를 팔아보자, 그들의 이야기를 스토리텔링 해보자’라고요.
제안을 받고 그 자리에서 승낙했습니다. 사회적 기업 제품에 판매 수수료를 낮추고 방송 제작비까지 지원하는 이 프로그램의 취지에 깊이 공감했기 때문입니다. 방송을 시작한 이후 현재 다섯 개째 브랜드의 상품 판매를 진행하면서, 포장재나 디자인과 같은 외형적 장점과 더불어 제품 본연의 품질, 그리고 그 뒤에 숨은 따뜻한 이야기들을 찾아내 방송에 올리고 있습니다.

이웃, 친구까지 착한 소비에 동참하는 ‘나비 효과’ 기대

첫 번째 상품은 버려진 가죽을 재활용해서 패션 소품을 만드는 ‘모어댄’의 가방이었습니다. ‘리사이클링’이라는 친환경적 가치뿐 아니라 탈북민, 경력단절 여성에게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었습니다. 특히 최고급 가죽으로 만드는 자동차 시트 원단에 우수한 디자인을 입힌 것이 큰 장점이었는데요. 이 제품이 ‘유난희의 굿즈’ 방송에서 소개되자 600여 개 한정 수량이 전부 판매됐고, 시청률은 1위를 기록했습니다. 그 뒤 모어댄은 공항 면세점에 입점하게 됐고, 현재는 영국과 프랑스 스페인 등 15개국으로 수출하는 회사로 성장했습니다.

그 다음 기억에 남는 기업은 ‘동구밭’입니다. 동구밭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텃밭을 가꾸고 여기서 수확한 친환경 작물로 비누를 만드는 회사인데요. 아마 동구밭의 친환경 설거지 비누 제품 촬영을 위해 텃밭과 공장을 찾아가 스토리를 담았기 때문에 더욱 크게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정직하고 우수한 품질의 제품과 더불어 이런 선한 이야기들이 소비자들에게 잔잔한 울림을 준 것 같습니다. 제 지인도 그 방송을 보고 중국 수출을 제안해보겠다고 연락해와 연결해 드리기도 했으니까요.

이처럼 사회적 기업은 제품에 올바른 가치를 담고, 이윤을 이웃과 나누며 자기만의 경쟁력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당장 큰 성과를 내기는 어렵겠지만, 방송을 통해 이들의 가치를 제대로 전달한다면 소비자 한 명의 구매로 그치지 않고, 이웃과 친구에게까지 점점 확대되는 나비효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생애 첫 여행’ 선물을 받고 꿈을 새로 쓴 아이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안타까운 사연, 어려운 가정환경을 가지고 있는 세 명의 청소년을 선발했고, 함께 8박 10일간 미국으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삶의 목표라던 아이, 뚜렷한 꿈이 없던 아이들이 새로운 세상을 접하면서 자신의 꿈을 새로 써 내려가는 모습을 기쁜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소개할 만한 가치’를 지닌 제품만을 판매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판매 전에 반드시 직접 사용해 보곤 합니다. 그러다 보니 새것에 가까운 테스트 제품을 많이 갖고 있습니다. 쌓아두는 것보다는 나누는 게 낫겠다는 생각으로 바자회에 이 물품들을 내놓기 시작했고 2014년부터는 아예 직접 바자회를 열고 있습니다.

수익금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해보고자 ‘유난희가 선물하는 내 생애 첫 여행’ 프로젝트를 기획했습니다. 한 번도 여행을 가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해외여행’을 선물하는 것이지요. 다른 국가 다른 문화의 사람들을 접하고 겪으면서 좀 더 열린 사고, 도전적인 용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직업을 통해 자연스럽게 걷는 나눔의 길

‘유난희의 굿즈’라는 좋은 프로그램을 만난 것, 그리고 쇼호스트라는 직업을 통해 나눔이 더해져 갈 때 큰 보람을 느낍니다. 나눔에는 어떤 기대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나눈 아이들이 큰 꿈을 이루며 비범하게 살아갈 수도 있지만 평범한 인생을 살아갈 수도 있습니다. 남들처럼 사는 것 또한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물건이나 돈을 나누고 난 뒤에는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여기는 게 맞는 듯합니다. 이 빈 공간을 다시 설레는 마음으로 채우는 일, 쇼호스트라는 직업과 ‘유난희의 굿즈’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자연스럽게 걷고 있는 나눔의 길이기도 합니다. 그런 점들을 소비자분들께서 알아주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유난희의 굿즈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소비자들과 함께 하는 현명한 소비로 ‘더불어 잘 사는’ 아름다운 사회가 만들어지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