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December Vol. 06
Essay '작고 약한 목소리'를 대변하다 이지애 아나운서
함께해서 행복한 ‘행복얼라이언스 DAY’ 사회를 맡은 계기로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저의 작은 나눔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어서 고맙게 생각합니다.
‘행복얼라이언스’뿐만 아니라 나눔에 동참하는 많은 분의 마음이 더해져
어렵고 소외된 분들이 훈훈하고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길 기원합니다.

소외받는 이를 위한 ‘확성기’ 같은 아나운서

세상에는 모두가 꼭 들어야 하는 목소리들이 있습니다. 소외되고 차별받는 삶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인데요. 그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너무 작습니다.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되려면 ‘확성기’가 필요합니다. 아나운서라는 직업을 선택하게 되면서 한편으로는 이렇게 소외당하는 이들을 대신해 목소리를 높여보자 결심했습니다. 물론 여러 가지 일들에 치여 바쁘다 보면 잠시 마음에서 멀어지기도 하지만, 늘 이 초심만은 지키고자 합니다. 다행히 같은 직업, 같은 가치관을 지닌 남자를 배우자로 맞이하면서 작은 발걸음이지만 이러한 나눔의 길을 함께 걸어가고 있습니다.

아나운서가 되기 전, 발달장애 아이들을 가르치던 언니를 따라 장애인들을 만나고 도왔던 경험이 있지만, 본격적으로는 ‘승일희망재단’에 아나운서로서 재능기부를 하면서 시작된 것 같습니다. 3년 전쯤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박승일 전 농구 코치의 집을 방문하면서 인연을 맺게 됐는데, 그 후 희망콘서트를 할 때마다 요청해오시면 기쁘게 사회를 봤고, 이제는 홍보대사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루게릭병 환우들의 작은 목소리 확산을 돕고 싶기 때문입니다. 재능기부를 통해 나눔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이 큰 행운인 것 같습니다.

아이들에게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주기 위해

나눔에 대한 생각은 육아를 하면서 더 커지는 것 같습니다. 미혼모를 위한 재단인 ‘그루맘’에서 행사를 열면 사회를 보거나 홍보를 도와드리고 있는데요. 저 역시 아이를 낳아보니 미혼모들이 떠안아야 할 고통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남편과 함께 육아를 해도 힘든 일들이 많은데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하는 그들이 경제적, 심리적으로 얼마나 힘들지 생각해보는 자리인 것 같습니다.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얼마 전 22개월 된 딸아이가 무심코 하는 제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하는 걸 보고 더욱 그렇게 느끼게 되었는데요. 제가 어릴 적부터 부모님께 받은 가르침으로 인해 장애를 가진 분들과 스스럼없이 어우러질 수 있었던 것처럼, 저 역시 아이에게 나눔이라는 이름의 ‘거울’이 되고자 합니다. ‘백혈병 소아암 어린이 돕기’는 그런 의미에서 이뤄진 나눔입니다. 아이에게 돌잔치를 열어주는 대신 의미 있는 일을 해보자는 뜻에서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에 아이 이름으로 기부를 한 것인데요. 아이가 자랄 때까지는 부모인 우리가 매년 기부를 하고, 나중에는 아이 스스로 선행을 이어나갈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손쉽게 실천할 수 있는 나눔부터 시작하세요

나눔은 비단 방송이나 무대 위에서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얼마든지 실천할 수 있습니다. 저는 요즘 SNS를 통해 작은 나눔 이벤트를 하고 있는데요.
제가 모델로 있는 제품을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일입니다. 댓글로 사연을 받은 뒤 선정된 분들에게 제품을 보내드리는 거죠.
마음이 아프거나 따뜻해지는 사연을 읽어본 뒤 당첨자를 정하고 그 이유도 함께 SNS에 올리는데,
선정되지 않은 분들조차도 ‘더 필요한 사람들에게 가서 좋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런 작은 댓글 하나가 제 마음을 크게 울립니다. 이 나눔을 통해 오히려 더 많이 배우는 것 같습니다.

나눔을 어렵게 생각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단지, 나에게 덜 필요한 것을 나눈다는 마음이면 됩니다.
잘 입지 않는 옷을 아름다운재단에 기부하면 깨끗하게 세탁되어 필요한 이웃들에게 전해지고,
유기견보호소에 헌 이불을 보내면 산에서 길러지는 유기견들이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습니다.
1+1로 사서 남는 음식, 유통기한이 남았지만 기한 안에 다 먹지 못할 것 같은 음식을 푸드뱅크에
기부할 수도 있죠. 주변을 둘러보세요.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아주 쉽게 찾을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