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October Vol. 05
Essay

나눔은
규모가 아니라

관심이 중요하다

가수 루나 편
나눔은 규모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때가 있습니다.
나눔 활동을 하고 싶어도 모두의 기대에 못 미칠까
조심스러웠던 적도 있었습니다.
기부 규모가 큰 분들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나눔은
어쩐지 부족해 보인다고 생각했죠.
저와 같은 또래인 친구들 역시 이런 이유들로 좋은 일에
동참하고 싶어도 망설이고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는 분들과 직접 대화를 해보고
문제들을 함께 마주했을 때, 그렇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마음을 나눌 때 더욱 커졌던 나눔에 대한
제 경험을 꺼내보려고 합니다.
작은 관심이 도움의 물결로 이어지다

약 1 년 전, 어떤 소녀들이 생리대를 살 돈이 없어 휴지와 신발 깔창을 사용한다는 뉴스를 처음 접했습니다. 너무 마음이 아팠고 작은 도움이라도 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여성복 브랜드와 함께 직접 속옷을 디자인해 판매 수익금으로 생리대와 속옷을 기부하는 ‘Girls Can Do Anything(소녀들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 프로젝트를 기획했습니다. 그러던 중 놀라운 일이 일어났어요! 한 생리대 업체가 제가 운영중인 유튜브 채널 ‘루나의 알파벳’에 무려 50박스의 생리대를 기부해 주셨습니다. 이런 도움의 손길이 더해질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요. 또, 기부 받은 생리대를 먼저 전달할 기관을 찾아보면서 도움의 사각지대에 있는 어린 미혼모들의 현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시작은 저의 작은 관심이었지만 도움을 주려는 분들과 도움이 필요한 분들이 많다는 것을 깨닫고, 이 문제를 많은 사람들에게 공유하고자 유튜브 영상 <루나와 함께하는 착한 기부>편을 만들었죠.

출처 : 유튜브 채널 @룬파벳

영상에는 제가 왜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는지 그 시작부터 속옷을 디자인하는 모습, 그리고 한국미혼모가족협회에 방문해 생리대를 직접 기부하는 모습 등을 담았는데요. 특히, 직접 방문한 연예인은 처음이라며 감사하다고 울먹이시던 협회장님의 모습에 왠지 모를 죄송스런 마음이 들었습니다. 영상은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았고 미혼모들을 위한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어요. 또한, 애초 계획대로 속옷을 완성하여 판매한 수익금을 미혼모와 소녀들에게 전달할 수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지지와 격려 덕분에 가능했죠.
이 경험을 통해 우리가 조금만 더 어려움을 겪는 분들에게 관심을 기울인다면 모두가 함께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재능을 나누며 행복을 키우다

제가 소속한 기획사 SM에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음악에 대한 꿈을 키워 나가는 청소년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스마일 뮤직 페스티벌’이라고 하는데요. 열정과 재능이 넘치는 아이들에게 춤과 노래를 가르치며 어린 시절 제 모습을 떠올리곤 합니다. 부유하지 못한 가정 형편으로 춤과 악기를 배우고 싶어도 배울 수 없었던 그 시절, 무작정 발레 학원을 찾아가 가르침을 간절하게 부탁했습니다. 발레복과 슈즈만 사오면 가르쳐 주겠다는 선생님 덕분에 원하던 발레를 1년 동안 배울 수 있었어요. 지금은 어린 시절 저와 같은 꿈을 꾸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 재능을 나눌 수 있게 됐죠. 돌이켜보면 이 나눔은 발레 선생님으로부터 시작된 것 같습니다. 선생님의 배려에 감사한 마음을 늘 기억하며 아이들을 가르칠 때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아이들로부터 오히려 배우는 점도 많습니다.
저의 작은 관심과 저와 함께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행복해하는 모습에 ‘같이’의 가치를 배우고, 다시금 더욱 나누고 싶어집니다. 그래서 먼 훗날 개인적으로 춤과 노래를 배우고 싶어도 못 배우는 청소년기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꿈도 생겼습니다.
그러면 제 수업을 들었던 아이들 역시 저처럼 또 다른 사람들에게 재능을 나눌 수 있지 않을까요?
나눔은 이렇게 나눌수록 커지는 힘이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사소한 관심을 나누는 삶을 꿈꿉니다

어느 날, 거리를 걷는 제 발걸음을 붙잡는 풍경이 있었습니다. 찬 바닥에 쪼그려 앉아 물건을 팔고 계시던 할머니가 유독 눈에 띈 것입니다. 따뜻한 음료를 건네 드린 후,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고 일어서려는 제 앞에서 소녀처럼 우시던 할머니. 어쩌면 이분에게 필요했던 것은 생계를 위한 수입뿐만 아니라 허기진 마음을 달래줄 작은 관심이 아니었을까요? 이 생각은 저와 제 주변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바쁜 생활로 가까운 사람들의 어려움조차 서로 모르며 지내는 우리들의 모습에 서로가 서로에게 관심이 없으면 공감할 수가 없고, 공감할 수 없다면 나눌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길거리를 지나며 힘든 사람을 마주쳤을 때 걸음을 한 번 멈춘다면, 도움이 필요한 주변의 사람들을 외면하지 않는다면, 사람들에게 조건 없이 사랑을 베풀었지만 버림 받은 동물들의 아픔을 공감한다면...... 이렇게 일상에서 시작하는 작은 관심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은 곁에서 함께하는 옆 사람에게 먼저 인사를 하고 사소한 말 한마디라도 건네 보는 건 어떨까요? 서로가 서로에게 관심을 갖기 위해 노력할 때, 함께 나누는 삶도 시작될 것입니다.

사진 출처 ⓒSM 엔터테인먼트